인천시 공무원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건립사업의 설계용역심사를 맡고 있는 인천시 종합건설본부장이 관련 사업자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대유 인천시 종합건설본부장은 설계업체 1차 선정 심사를 사흘 앞둔 지난 24일 휴가를 내고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설계 공모에 응모한 컨소시엄 관계자가 포함된 4명의 지인들과 골프를 쳤다.

우선 한주의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 주 업무 준비를 해야 할 평일에 연가를 내고 골프를 친 사실부터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골프를 친 24일은 대통령 해외순방기간으로 인천시는 산하기관에 공문까지 보내 공무원들의 기강확립을 특별 지시하기까지 했다. 정 본부장이 설계에 참여한 S건축 관계자와 골프회동을 한 것은 인천시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 위반 소지가 높다.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직무관련자와 함께 골프를 하는 것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부득이 골프를 하게 될 경우 반드시 행동강령책임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해당 골프장 사용등록부에도 실명을 기재토록 했다. 정 본부장은 골프모임에 S건축 관계자가 포함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골프장에 가서야 알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왠지 궁색하게 들린다.

총사업비 3천억원, 설계용역비 65억원에 달하는 구월농산물 도매시장 이전건립사업 설계 공모에는 총 9개사가 응모했으며 S건축이 포함된 컨소시엄은 27일에 있었던 1차 심사를 1위로 통과했다고 하니 심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여부가 큰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세정을 담당하는 인천시청 고위 공무원 A씨가 직무와 관련하여 2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구속되고 동료 공무원 4명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지난 16일의 일이다. 인천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정 본부장의 골프회동 사건의 경위는 물론, 진행 중인 설계공모사업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인천시의 공직기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위공무원 중 일부는 월권행위나 정치 행보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시민의 공복임을 되새기고 깊이 자숙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