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일본총리에 대한 미국의 대접이 극진한 모양이다. 행정수반에 불과한 그가 일왕(日王)같은 국빈 대접을 받고 있다. 백악관 공식 만찬때 오바마 부부는 백악관 현관까지 나와 아베 부부를 맞이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외국정상을 위한 백악관 공식 만찬은 단 7차례에 불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이 아베 총리를 ‘링컨 기념관’으로 안내했다. 지난 4월 15일은 남북전쟁 종식과 링컨 대통령 서거 150주년이 되는 날로 기념관 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베는 이 자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애칭(Ab)과 자신의 이름(Abe)이 비슷하다고 자랑했다. 생전에 정의와 통합 그리고 평화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던 링컨 앞에서 과거사에 대해 단 한마디 사과도 않는 뻔뻔함을 보이면서 말이다. 우리 입장에선 아베편을 드는 듯한 오바마에게 섭섭함도 느껴지지만, 외교란 그런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 관계가 자칫 동북아 지역에서 북·중·러 연대를 대폭 강화시키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만일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면 북핵 6자회담이 유명무실해 지고, 북한의 핵무기가 암묵적으로 용인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과 경협 확대를 통해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달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여기에 북한의 김정은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자가 회동해 지금 미국서 벌어지는 미·일 정상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대해 반기를 들어, 신 냉전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듯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간의 극성스런 외교에 우리는 ‘조용한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외교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