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남매가 구출됐다. 남매는 어려서부터 자폐증을 앓고 있던 18세 청년과 여동생으로 수년간 방치돼 있었다. 이들 남매가 발견될 당시 집안은 넘쳐나는 쓰레기와 오물로 악취가 풍기고, 벌거벗은 채 겁먹은 표정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26일 ‘3층 베란다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간 경찰과 소방관들에 의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남매를 돌보던 모친이 횡령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남매를 쓰레기더미 아파트에 내버려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남매의 비참한 생활은 관계기관의 허술한 사회안전망 때문이었다. 2년간 5차례나 구출할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게 원인이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을 텐데 누구 한사람 신고하지 않았다. 남매가 살고 있던 아파트주민자치회는 지난 2013년 ‘발달장애 1급인 A군이 베란다에 매달려 있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주민자치센터에 방문 처리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는 A군의 집을 방문했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다며 그대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더러운 집안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 것 같다’는 거듭된 신고에 A군의 집을 방문한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아 현장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직무집행법상 출입권한이 없다는 이유지만 경찰과의 공조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에도 학교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이들의 생활실태를 확인하려는 정황은 여러번 있었으나 모두 방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만 열어보았다면 확인이 가능했던 참혹한 실태를 너무 쉽게 놓치고 만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아이의 장애상태와 가정사의 어려움을 들어 기초생활 수급을 신청하고 상담까지 했지만 본인 명의의 아파트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규정만 내세우다 애써 어려운 실상을 외면해 남매를 쓰레기 지옥에 방치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쓰레기 속에 갇혀 있던 10대 남매의 이 슬픈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되돌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