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면에서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가치를
인식하고 역동적인 열기와
건전한 참여가 필요한 때
20여년 전에는 ‘삶의 질’이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고 볼 수 있죠. ‘Quality of Life’라 해서 처음엔 이 말이 생소하게 들렸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자주 인용되면서 이내 이 어려운 영어단어에 익숙해 졌던 것 같습니다. 언론매체들도 시민 또는 국민의 삶의 질을 조사하고 분석 결과를 기획기사 형식으로 발표하곤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1995년 1월 신년특집으로 전국 74개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해서 발표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측면을 조사했는데 계량지표를 이용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생활여건을 따졌고, 동시에 국민들에게 각 도시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조사결과는 인천엔 아주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의 중간수준을 제외하면 건강·안전·교육복지·편리함 분야에서의 생활여건과 만족도는 거의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계량지표로 표시된 종합적인 생활여건은 68위였고 설문조사 결과인 시민들의 종합적인 만족도는 74위였습니다.
이러한 조사가 100% 정확하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기에 인천을 두고 표현했던 말들을 상기해 보면 부분적으로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기 인천사람들이 자조적으로 내뱉었던 ‘인천은 없다’라는 표현이 당시 인천의 모습과 수준, 그리고 그것이 결과했던 인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 다시 전국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해 보면, 특히 인천에 대한 그 조사결과는 20년 전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객관적인 삶의 질 지표도 인천의 경우 매우 상향 조정될 것이고, 국민들의 인천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이동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이란 기준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도시 이미지를 놓고 볼 때 20여년만에 큰 변화를 보인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인천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간 인천은 여러 면에서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역동적인 한국에서도 인천은 단연 가장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경제적 외부 여건과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동안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인천은 지금 인천에 대한 가치를 운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새롭게 해석해서 적극적인 발전의 동인으로 삼자는 것이죠. ‘없던 인천’에서 자신 있게 창의적으로 ‘인천가치’를 기획하고 구현하자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발판으로 삼아 힘껏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해 보자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자면 시민들의 역동적인 열기와 건전한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인천이 새롭게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귀히 여기면서 자신있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시민사회의 건전한 참여가 긴요합니다. 시민 정신과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발현시키는 시민들의 건강한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현재의 주변 여건과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귀히 여기고 강점을 살려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나아가는 일. 자존감으로 힘차게 앞으로 뚜벅뚜벅,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건전하고도 따뜻한 역동성을 촉발시키는 일. 인천 앞에 놓인 이러한 모든 일은 시민사회의 따뜻한 열기가 바로 인천의 힘이란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