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훈장이다.
하느님이 인류에게 내리신 훈장이다.
산야에 피어 있는 꽃의 아름다움.

사람은 때로 꽃을 따서 가슴에 단다.
훈장이니까 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의젓한 일인가.

인류에게 이런 은총을 내린 하느님은
두고두고 축복되어 마땅한 일이다.
전진을 거듭하는 인류의 슬기여. 천상병(1930~1993)

꽃은 인간에게 내린 신의 아름다운 선물이다. 누구나 화사하게 웃는 꽃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터트린다. 우울하고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꽃을 선물받거나 꽃밭을 거닐때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경사스러운 날들뿐만 아니라 불행한 일을 당한 자리에도 꽃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쩌면 꽃은 신의 모습을 닮지 않았을까? 모든 인간에게 한꺼번에 은총을 내릴 수 없는 신은 꽃을 통해 같은 시기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축복해 주지 않던가. 어제 내린 비로 아파하는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구원의 민낯’을 하신 신은 하나둘 머리 숙여 ‘꽃그늘 아래’에서 ‘고통의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