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들이 공무원 연금개혁안과 공적연금 강화 방안에 대한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 애초 예상보다 한참 후퇴한 안이다. 원래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식인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너무 기대한 게 무리였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며 공무원표 400만표 이상을 잃어도 진정성을 갖고 개혁에 나서겠다고 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도 결국은 허언이 됐다. 모두 내년 선거를 의식해 공무원의 눈치를 본 결과다.
합의된 안은 공무원연금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7%까지 내리고, 기여율도 현행 7%에서 5년 동안 단계적으로 9%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퇴직 공무원과 재직 공무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신규 공무원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는 꼴이 돼버렸다. 이런 안이라면 현직 공무원의 경우 당초 연금제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 중 20%를 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 공적연금 제도 개선에 활용키로 하고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은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점이다. 이 부분은 청와대도 반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체율을 올리면 2065년까지 추가로 들어가는 돈만 570조원이 넘는다”며 “이는 공무원연금개혁으로 인한 절감분 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런 합의안이라면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다.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자는 것은 너무도 뻔한 재정 파탄을 막고, 나아가 미래 세대들에게 고통을 떠안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지금 개혁으로 우리가 고통스러워도 미래세대에게는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이 국민적 합의였다. 하지만 하루 100억원씩 보전해 줘야 한다며 서둘러 왔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정치적 흥정 결과 졸속 합의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자화자찬하는 여·야 정치 대표들의 발언도 안쓰럽거니와 앞으로 산적한 일들을 어떻게 개혁해 나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벌써 부터 이번 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국민의 원성(怨聲)을 정치권이 깊게 새겨 들어야 한다.
시늉내다 만 공무원 연금 개혁
입력 2015-05-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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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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