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이 크게 유행하면서 지난 20세기 전세계적으로 3차례 창궐해 엄청난 사망자를 낸 ‘슈퍼 독감(인플루엔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슈퍼 독감은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대변이(shift)를 일으켜 인간의 면역체계나 치료제로 대항하기 어려운 변종을 만들어낼 때 유행하는 것으로, 매년 소변이(drift)를 일으켜 퍼지는 일반 독감과는 파괴력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단 슈퍼 독감이 번지면 국내에서도 400만명 내지 1천200만명이 감염되고 합병증 등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국립보건원과 의학계에 따르면 이같은 대변이 독감 바이러스는 기존의 독감바이러스가 닭, 오리 등 조류에 침투해 생기며, 조류에는 별 피해를 주지 않다가 사람에 옮기면 그 때부터 큰 피해를 준다.
이 때문에 슈퍼 독감 바이러스는 종종 조류 바이러스, 대변이 바이러스 등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슈퍼 독감은 지난 1918년 스페인, 1957년 아시아, 1968년 홍콩에서 각각 발생해 전세계로 퍼졌으나 68년 이후 현재까지 30여년 동안은 크게 유행한 적이 없어 대유행 시점이 거의 다가온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세차례 대유행 당시 1918년에는 전세계에서 2천500만명이, 1957년에는 100만명이, 1968년에는 70만명이 각각 사망했을 정도로 슈퍼 독감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만약 이 독감이 유행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0~30% 정도는 감염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슈퍼 독감에는 백신을 만들 수 없어 사실상 효과적인 예방대책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건당국이 지난 1957년, 1968년의 대유행과 최근의 독감 발생사례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슈퍼독감이 유행할 경우 미국에서만 최소 1천800만명에서 최대 4천200만명이 감염돼 8만9천~20만7천명이 사망하고 31만4천~73만4천명의 입원 환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고 국립보건원측은 설명했다.
대유행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슈퍼독감의 전조로 보이는 사례도 최근 여러 번 나타났다. 지난 98년 홍콩에서는 18명이 조류 독감에 감염돼 이중 5명이 사망했고 99년에도 홍콩에서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발견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예방백신을 맞고도 감염되는 사례가 많이 발견돼 새로운 독감이 유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고려대 의대 박승철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이 독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내년 3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각국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시급히 체계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연합>
'슈퍼 독감' 대유행 우려 고조
입력 200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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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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