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제 18회 의정부음악극축제의 개막을 앞두고 폐막작으로 선정된 뮤지컬 ‘파리넬리’의 서울 공연을 미리 음미했다. 이미 영화로 익숙한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전설적인 카스트라토로 이름을 알린 파리넬리의 삶을 극화했다. 카스트라토는 라틴어로 ‘거세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17~18세기, 성가대에 여성단원을 들일 수 없다는 교회의 원칙 탓에 여성 음역대를 표현할 수 있는 남성들이 필요했고, 변성기 전 소년들을 거세해 유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유지하게 하면서 카스트라토가 탄생했다.
작품은 음악극 축제의 정체성이라 불리는 개·폐막작으로 손색없을 만큼, 음악적인 면에서 상당히 충실했다. 카운터테너인 루이스 초이와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가수 고유진이 파리넬리를 맡았고, 배우들의 노래로만 극을 이끌던 기존 뮤지컬과 다르게 배우들과 합창단이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노래를 불러 작품의 울림을 더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접목된 점도 눈에 띈다. 16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기타와 베이스, 드럼, 건반 등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지휘자의 지휘봉에 의해 조화를 이루자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긴장했던 관객들은 이내 편안하게 귀를 기울였다.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성이라는 자연적 운명을 거슬러야 했던 남자와 예술가로서의 남자 사이의 내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선과 악으로 이분화된 단순한 캐릭터들로 인해 파리넬리의 심리적 고통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파리넬리가 동경했던 헨델의 음악을 노래할 때 극은 절정을 맞았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울려퍼지자 파리넬리가 겪었던 슬픔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고 그 속에서 그가 찾은 음악적 환희에 감동한 관객들 모두가 숨죽였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오는 16일 부터 이틀간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