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철새 및 서식지 보전 종합대책’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오락가락 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생태서비스 기반을 확대한다는 목적을 위해 저어새가 번식하는 남동유수지를 람사르 습지로서 새롭게 등록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대책만 놓고 보면 인천시가 매우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막은 다르다. 인천시는 희귀 조류 서식지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송도갯벌에 대해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관통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또 거기에는 갯벌 내에 고속도로 분기점이 들어서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계획대로라면 송도갯벌이 훼손될 것은 물론이고 매년 갯벌을 찾던 철새들이 모두 떠나게 되기 때문에 반환경적이라는 질책을 받아왔다. 그런데 인천시가 갑자기 람사르 습지를 하나 더 추가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확보한 송도갯벌에 대한 습지 보전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습지 하나를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철새 서식지를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인천시가 다른 한편으로는 습지를 국제 인증으로 보호하겠다고 나서자 이중적인 행태에 당황하고 있다.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도시개발을 하든, 혹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든, 인천이 자랑하는 세계적 자원인 습지와 갯벌을 보존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정책 철학이 담기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람사르 습지 선정요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미 인천시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갯벌에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질책으로 스위스에 본부를 둔 람사르 사무국은 인천시가 습지 보전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추진하는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인천시 갯벌정책이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에 대한 자체 반성이 우선 필요하다. 인천시 스스로 자신의 정책결정 과정에 X레이를 먼저 찍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자세히 성찰하는 것에서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내적으로 갯벌과 습지에 관한 정책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견될 것이고, 그 발견된 문제에 집중하면 분명히 해결책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