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일상에서 안전은 화두가 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지만 늦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안전을 우선한다면 세월호와 같은 참변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안전은 허상을 좇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는 잊은채 누군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동적인 안전만을 생각하고 있는 듯 해서다. 안전문제 가운데 가장 밀접하고 사고 비중이 큰 교통분야는 이런 현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부 사고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생명선인 안전띠 착용과 교통법규준수는 도외시하면서 도로를 관리하는 관청이나 교통을 관리하는 경찰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구태 의식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과제다.

물론 해당 관청은 도로구조와 시설 등에 대해 충분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세심한 조치를 다 해야 한다. 경찰도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도·단속, 교육·홍보, 시설 개선 등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교통안전은 관공서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최근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운전자 부주의, 법규 위반, 안전조치 불이행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통사고에 있어 개인의 주의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처럼, 사회의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안전을 위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와 졸음운전의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띠 미착용이나 운전 중 흡연·DMB 시청·휴대전화 사용 등을 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보행자의 경우에도 차량 통행상황을 살피지 않고 무단횡단하면서 안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행히 최근 사회적으로 이러한 각성을 통해 교통안전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교통안전을 위해 경찰은 꾸준히 무인단속 장비 확대, 공익신고 활성화, 캠코더 단속, 교통안전 시설개선 등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운전자 등 교통주체가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위가 있어야 교통안전을 실현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염원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몫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엄천일 경기경찰청 제2청 교통안전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