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사건으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는 어제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했다. 사격훈련을 받던 예비군 A씨가 영점사격을 하기 위해 사로(射路)에 위치하자마자 총을 들고 주변에서 사격훈련 대기중이던 예비군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예비군 훈련장의 안전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훈련 중인 예비군이 다른 예비군을 고의적으로 조준 사격하여 살상한 경우는 처음이다. 군당국은 사고 발생 경위를 조사 중에 있으나 여러 증언이나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사고 역시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 무엇보다 총기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없었거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는 전방으로만 사격할 수 있도록 체인으로 고정되어 있어 옆이나 뒤에서 훈련중인 사람을 조준 사격하기 어렵다. 사고를 낸 예비군 A씨가 사로에 들어서자마자 조준사격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내곡동 훈련장에 안전체인이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았거나 사고 총기가 풀려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예 개인별로 지급받은 총기로 사격훈련을 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해당 사격훈련장에는 평소에도 총기가 묶여 있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편 실탄 지급도 석연치 않다. 일반적으로 예비군 훈련장의 경우 실탄을 영점사격 3발, 실사격 6발을 나누어 준다. 이번 사고에서 최소 5발이 발사된 것으로 보아 내곡동 사격장에서는 9발을 한꺼번에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군 사격훈련장의 안전관리 실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군당국이 사고 훈련장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내곡동 훈련장 외에도 총기 안전고리를 설치하지 않거나 소홀히 관리되고 있는 사격장이 상당수 있을 수 있어 조사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실탄 지급도 나눠서 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대책이 세워질 때까지는 실탄사격 훈련을 중지해야 한다. 예비군 훈련에 실탄사격이 반드시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선진국처럼 모의 영상 사격 훈련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허점 투성이의 예비군 사격 훈련장
입력 2015-05-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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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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