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하청업체 사장들의 잇단 분신·자살 사건은 원청과 하청 간의 검은 커넥션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의 고질화된 오랜 관행으로 불공정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다. 외형적으로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을 선호하는 공사판의 흐름에 따라 대기업이 수주한 공사를 하청받아 먹고 살아야 하는 중소업체들의 잔혹한 실태다. 대기업들은 대형공사를 수주한 후 일정 수수료를 떼고 중소업체에 하청을 주는 것이다. 대기업은 건설에 손도 대지 않고 일정 공사액을 앉아서 먹는 것이다. 대기업만 배 불리고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도에 쓰러지는 하청업체가 허다하다.

지난 8일 오전 평택미군기지내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사장 한모씨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기도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일엔 미군부대 병원공사를 맡은 김모 소장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원청업체와 갈등을 빚은 끝에 분신을 기도한 한 사장은 2억원대의 접대와 상납을 했다는 글을 남겼다. 한씨는 ‘갑질의 횡포가 죽음에 이르게 하다’는 유서에서 ‘추석때 손실보전금 15억원을 청구했지만 갑의 협박과 압력에 의해 6억5천만원에 합의했다’고 했다. 또 ‘연장계약 및 추가공사 비로 15억6천만원을 청구했지만 갑의 압력으로 7억5천만원에 합의했다’며 ‘더이상 간접살인 하지말라’고 적었다. 원청업체로부터의 협박과 압력 등 각종 불공정행위를 견디다 못해 분신을 기도한 것이다.

이런 하청업체 사장의 항변이 사실일 경우 이는 묵과할 수 없는 관행과 악습이다. 손실보전금뿐 아니라 공사비의 절반도 안되는 비용을 가지고 정상적인 공사가 시행될 리 없다. 한씨의 주장대로 90억원 이상을 필요로 하는 공사를 76억원에 하청을 주었다면 웬만한 하청업자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청보다 턱없이 낮은 공사비는 곧 바로 공기지연과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또 업자간의 접대및 금전 상납 등 비리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 원청과 하청업자간의 불공정 행위는 건설업계의 폐습으로 지적돼 왔지만 업자간의 이해관계로 치부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키 위해선 공정위의 관리감독 및 공사수주 제도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