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돼지,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구제역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입·코·발굽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며, 식욕이 저하돼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질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전파력이 빠르고 국제 교역상 경제 피해가 매우 큰 질병(List A)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인천은 2010년 4월과 12월 두 차례 구제역 발생으로 홍역을 치렀다. 백신 접종 이후 ‘비발생’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 3월 말 강화군에서 또다시 발생하고 말았다.
과거에는 방역대 내 모든 감수성 동물을 살처분했기 때문에 큰 비용과 노력이 소모됐지만, 지금은 백신을 접종하고 있어 증상이 나타나는 개체만 선별적으로 살처분하면 된다. 그러나 부분 살처분은 무증상 잠복 개체의 지속적인 바이러스 배출 등 농장 내외부에 오염 요인이 남아 발생농장 및 인근 지역 순환 오염, 즉 차량이나 사람에 의해 타 농장으로 전파될 위험이 커진다.
고심 끝에 이번 강화군 발생농가에 대해서는 농장 단위 전 두수 살처분을 결정했다. 다행히 구제역이 더는 확산되지 않고 2개 농가 발생으로 마무리됐으니, 결과적으로 적절한 판단이었다. 이렇게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발생농가의 신속한 신고가 가장 중요했고, 강화군의 적극적인 방역 조치와 인천시의 적절한 대응 등 우리 연구원을 포함한 모든 관계 기관의 비상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했기에 가능했다.
그간 정부에서는 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구축하고, 축산업허가(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질병에 강한 축산업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어느 정도 실효성도 입증됐다. 예를 들어 축산시설 출입 차량에 GPS를 장착해 이동 정보를 수집하는 축산차량등록제는 개인정보 노출과 통신료 부담 등 난관이 있었지만, 이 제도 덕분에 신속한 역학조사와 방역조치가 이뤄졌다. 최근 구제역 백신 효능 문제로 다소 논란이 있었으나 방역 당국은 신규 백신을 도입하고 혈청 검사를 확대하는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지금 국내외 방역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 주변국에서 구제역이 상시 발생하고, 3~4년 주기로 겨울에 집중됐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도 빈번해질 확률이 높다. 농가에서 축산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시와 정부를 믿고 올바른 백신 접종과 철저한 차단방역에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면 ‘가축 질병 청정화’의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피해를 본 축산농가와 아직도 방역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신 모든 분께 위로를 전하며 하루빨리 특별방역상황이 종식되길 바란다.
/이성모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