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은 쓰레기소각장·매립지 등과 함께 전형적인 혐오·기피시설이다. 요즘은 최첨단 처리시설에다 추모공원을 함께 조성해 새롭게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건립시 여전히 주민 반대에 부딪힌다. 화성시가 매송면에 건립하려던 화장장이 그런 경우다. 광명·부천·안산·시흥시와 공동으로 건립비를 부담하고 인센티브 지원 등 지역주민과의 합의를 이끌어낸 화성시는 ‘님비’ 현상을 극복한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칠보산을 사이에 두고 2㎞ 거리에 위치한 수원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최근 지역의 이슈로 등장했다.

13일 경기도청 앞에서는 수원 칠보산 화장장건립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화장장에서 배출될 오염물질이 극히 낮을 것이라는 연구결과에 반발하는 집회였다. 연구 결과가 자칫 화장장 건립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삭발식과 더불어 화성 등 5개 지역의 단체장을 규탄하는 상여 퍼레이드 등이 진행됐다. 여느 집회 풍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개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집회에서 새누리당 정미경(수원을) 의원은 백혜련 새정치민주연합 수원을지역위원장에게 “새정치연합에서 삭발식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같은 당인 채인석 화성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을 이 자리에 데려오는 게 우선”이라는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고, 백 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재검토 결정만 내리면 될 일”이라고 맞받으면서 정치 선동의 장으로 변질됐다.

정치인들의 선동 발언은 주민들을 흥분시켰다. 일부 주민들은 백 위원장을 향해 “채 시장부터 데려오라”고 외쳤고, 다른 쪽에선 “남 지사나 채 시장이나 똑같다”고 성토하며 민·민 갈등의 양상을 드러냈다. 자칫 폭력으로 비화될지 모를 긴장감도 감돌았다. 이번 일은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태를 진정시키고 중재해야 할 정치인들이 ‘네 탓’공방을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모두 내년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탓이다. 하지만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정말 이래야 되는지,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 정치인들의 뼈아픈 반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