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무너질 것 같은 갈라진 벽과 낡은 강당. 20년 가까이 된 낡은 ‘물 없는 소변기’와 악취. 가난한 아프리카 어느 국가의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기도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풍경이다. 학교시설의 노후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 탓이 크다. 교육예산이 늘어나지 않는데 선거바람을 타고 무상급식, 무상보육이 확대 시행되다 보니 낡은 시설을 고칠 예산이 부족해 졌기 때문이다.
도내 상당수 학교들이 노후 화장실이나 배수관 등의 개보수가 시급하지만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심할 지경이다. 도교육청의 전체 예산은 11조2천78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천863억원 늘었지만, 학교시설 개보수비는 지난해 1천428억원보다 오히려 141억원 줄었다. 이러다 보니 학교시설은 안전에서 내몰려 위험학교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학교시설 예산을 증액할 수 없는 이유를 누리과정 예산 대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지난해 7월 ‘노후 학교시설 개선 계획’이란 것을 발표했다. 낡은 시설에 등급을 매겨 가등급에 3천329억원, 나등급에 3천5억원, 다등급에 5천329억원을 책정해 3년에 걸쳐 대대적인 시설개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노후도가 심한 가순위 시설 해소율은 겨우 35%에 그쳤다.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하지만 도 교육청의 정책 우선순위의 첫번째는 여전히 무상급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시설 개선은 결국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 아이들이 화장실이 더러워 가지 못하는 이런 슬픈 현실은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교복 등으로 이어지는 교육복지사업의 우선순위를 전면 조정하지 않고는 개선할 수 없다. 교육복지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공교육 정상화’는 남경필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 교육 공약 중 첫째가 ‘교실·화장실·책걸상 등 노후화된 학교 시설물 개보수 지원’이었다. 그렇다면 남 지사는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우는 아이의 눈물을 남 지사는 더는 외면해선 안된다.
노후된 학교시설, 화장실에도 못 가는 학생들
입력 2015-05-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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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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