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 공간없어 입국 하자마자 곧바로 서울행
명동거리 같은 볼거리·먹거리 타운조성 시급
‘중국 효과’ 완전히 흡수할 기회 잡아야


최근 인천항에 펼쳐지는 신(新)풍경이 흥미롭다. 그것은 바로 대형 크루즈 여객선에서 800여명의 중국관광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의 숫자에는 관심이 크지만, 크루즈를 통해 들어오는 ‘요우커’의 숫자에는 무심했던 편이다. 그러나 그 규모는 이미 무시할 수준이 아니며 향후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올해만 해도 중국 관광객을 위한 크루즈가 150편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며, 그 숫자도 3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그들은 도착 후 인천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에게 인천은 그저 도착하는 곳일 뿐이다. 대부분의 중국 관광객은 바로 서울로 간다. 아마도 쇼핑과 음식이 풍성한 명동 거리로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일부는 제주도로 간다. 그곳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대열에 합류한다.

중국관광객들이 인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볼거리와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인사동 혹은 명동거리와 같은 인상적인 공간이 없다. 오래된 고민이지만 인천이 왜 이렇게 속수무책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인데 시간만 흘러가고 있어 더욱 아쉬움이 크다. 서울에서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부평지하상가에 들러 1시간 정도 쇼핑할 기회를 준다는 소식에라도 위로를 얻는 지경에 처한 정도니 말이다.

중국 관광객이 마냥 한국으로 몰려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동력이 종료되는 시점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한마디로 가까운 외국이기 때문이다. 보통 해외관광의 시작은 인근 국가로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일본도 그랬다. 중국 관광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과 하와이 등으로 관광지를 옮길 것이다. 얼마 전 중국의 한 기업이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 6천여명의 종업원을 보낸 뉴스가 있었다. 이미 중국기업의 관심이 프랑스의 최고 휴양지로 향했다는 뉴스인 것이다. 인천으로서는 프랑스 칸 지역이 갑자기 25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소식보다 그들이 그 돈을 써가면서 프랑스를 갔다는 것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천은 아직 중국 관광객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들은 벌써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당장 서울 및 제주도와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도 무리다.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과 제주도로 가더라도 좋다. 다만 전체 일정 중 이틀 정도만 인천에 머물게 하면 된다. 바로 그 며칠을 머물게 할 유인과 매력만 준비하면 된다. 이런 최소한의 조건조차 여태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 아니던가. 이제부터라도 명동거리와 같은 쇼핑 및 먹거리 타운을 조성해야 한다. 그 거리에서 중국관광객들이 편안히 걷고 떠들고, 쇼핑하고, 먹고 마시고, 그러면서 특별한 추억을 얻고 가도록 해야 한다. 인천의 특산물 음식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며, 역사적 흔적을 느끼도록 하면 더욱 좋다. 예를 들자면, 인천의 대표 수산물인 꽃게 음식이 될 수도 있겠다. 인천 관광정책이 수산정책을 껴안아야 한다. 한때 꽃게를 명품음식으로 만들자는 작은 시민모임이 있었으나, 인천시 수산정책은 그것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관광자원에 스토리텔링을 넣어야 성공한다는 조언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제라도 관광을 하나의 산업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중국 효과를 얻는 데 최적지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라는 변수가 인천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정작 그 효과를 완전히 흡수하는 역량이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현재 중국 관광객이 주는 엄청난 기회를 완전히 소화할 수 없다는 비애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더욱 그 회의는 깊어질 것이다. 기회가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기일전, 즉 새로운 마음으로 기회를 통해 성장하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먼 훗날 그 엄청난 기회를 왜 놓쳤느냐는 후세대의 질책을 감당하려면, 오늘 뜨거운 열정으로 정성을 다하는 알리바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