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전 교감의 순직신청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과 교원단체 등은 강력 반발하며 즉각 항소방침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이승한)는 21일 강모(당시 53세) 단원고 전 교감의 유족이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인정 소송에서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법률상 순직으로 인정되려면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거나, 위해가 직접적인 사인이 돼야 하나 강 전 교감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법원은 “강 교감이 학생의 탈출을 도왔다는 생존자 증언으로만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고,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난 뒤 강 전 교감의 부인 이미희(51)씨는 울음을 터뜨리며 항소 의사를 나타냈다.

이씨는 “남편이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책임지고 가셨는데 법에서는 그걸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다”며 “이미 (나의) 마음속으로 남편은 순직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남편이 사고 당시 많은 학생을 구하는 등 역할을 다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남편이 살아생전 너무 진실되고 성실하게 살았기 떄문에 아내로서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함께한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 역시 법원의 판단에 반발했다. 최승학 경기교총 교권·정책 과장은 “자살했다는 이유만으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형식적이고 행정편의적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경기교총은 강 전 교감의 유족과 판결문을 받아 법리검토를 마친 뒤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강 전 교감은 단원고 수학여행 인솔책임자로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이틀 뒤인 18일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200명을 죽이고 혼자 살아가기에는 힘이 벅차다. 나 혼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한편 세월호 사고로 희생한 단원고 교원 10명 중 3명은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2명은 기간제교사라는 이유였고, 나머지 1명은 강 전 교감이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