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기분을 잡쳤다. ‘慰安婦問題, 朴政權にクギ…米が韓國ヘ異例壓力’ 기사였다. ‘위안부 문제, 박 정권에 못(을 박다)…미국이 한국에 이례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소리다. 정말? 누가 그랬다는 건가. 18일 내한한 케리(Kerry) 미 국무장관이 박 정권에 못을 박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고 역사문제에 대한 강경 자세의 변화를 촉구했다는 거다. 바꿔 말해 굳건한 한·중·일 동맹을 위해선 한국의 유화적인 대일(對日) 자세가 긴요하다는 소리다. 케리 장관의 한국에 대한 그 ‘이례적인 압력’이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아베 일본 총리에게 행사했어야 했던 거 아닐까. “당신, 참으로 쩨쩨하고 후안무치한 사람 아닌가! 왜 일본 사무라이 기질로 화끈하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지 못하는가. 그럼 어디가 덧나나? 인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도 아니고 성격 파탄자가 아닌 바에야…” 그런데 도리어 한국 쪽을 압박하다니! 꺽다리 케리 할아버지(72), 한국이 그리도 만만한가.

이달 들어 전 세계 저명 역사학자 187명이 위안부 문제를 강력 비판, ‘편견 없는 역사 청산’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어도 아베의 귀는 마이동풍이었고 그 동조 학자가 500명에 달한다는 걸 케리 장관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1995년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아베 총리의 지난달 미국 의회 연설은 온통 거짓말이었다”고 질타한 사실 또한 케리는 듣고 있었던가? 오에는 지난 3일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 문제, 평화헌법 9조 수호 집회에 참가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은 이른바 ‘전쟁 헌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 사실을 16일자 중국 신화사통신은 ‘표주박에 가득 채우는 화약’에 비유했다. 무모하고 위험한 짓이라는 거다.

케리 장관뿐 아니라 웬디 셔먼(Sherman) 국무부 정무차관, 대니얼 러셀(Russel)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애슈턴 카터(Carter) 국방장관도 잇따라 ‘과거보다는 미래를 주시하자’며 한국보다 일본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던가. 그게 바로 ‘일본 중시, 한국 홀대’라는 미국 외교 입장 아닌가. 입만 살아 있는 우리 정치꾼들! 울화통 터지지 않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