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6년 전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을 남겨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늘 ‘사람이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고 노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은 이런 고인을 기리는 추도식장이 아니라 친노를 제외한 세력을 성토하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유족 인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씨는 이날 작심한듯 “제발 나라 생각 좀 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걸로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노 대통령이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추도식이 끝난 후 일부 참석자들은 퇴장하던 김 대표를 향해 야유하며 물을 뿌리고 생수병을 던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문재인 대표를 공격한 김한길 의원을 향해서도 욕설과 함께 “자중하라”거나 “탈당하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4·29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을 향해서도 욕설과 함께 물세례가 쏟아졌다. 노씨의 자극적인 정치적 발언이 지지자들을 흥분시켰고, 결국 눈살 찌푸리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노씨의 발언과 지지자들의 욕설, 물세례는 늘 대통합정신을 주창했던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힘든 길을 걸었다. 친노와 비노로 나뉜 계파주의, 패권주의 등 노골적인 분열과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과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지켜봤다면 뭐라 했을지 궁금하다. ‘노무현 정신’은 원칙을 지키되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그 우직성 때문에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친노세력들이 지금 이런 노무현 정신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겸허히 뒤돌아 봐야 한다. 6주기 추도식장의 추태가 친노 패권주의 부활의 전조가 아니리라 믿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