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주체마다 다르다. 선거캠프에서는 당선을 위해 유권자에게 선보이는 상품(정책)으로, 유권자에게는 지지하는 정당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위해 누가 더 잘 할 것인가 가늠하는 잣대로, 시민단체에게는 지켜질 수 있는 약속인지 확인할 대상으로, 공직자에게는 정책 방향을 전망하는 행정 인자로 작용한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11개월이 지나 새삼 착한약속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지역발전 지침서인 남구의 154개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해 보기 위해서다.
민선 5기 말인 지난 2013년 12월 서울의 모 단체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기획조정실 실무자에게 도착했다. 민선5기 전국 지역정부 수장인 군수·시장·구청장의 공약 실천 평가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성실히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낮은 수준의 결과가 나와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다른 시민단체 평가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이 시점에서 당시를 회상하는 것은 평가했던 단체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려 했던 공직자의 자세와 의지에 얼마나 많은 열정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자기반성을 통해 민선 6기 착한약속 이행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민선 3·5기에 이어 6기에 재선된 박우섭 남구청장의 정책 마인드 밑바탕엔 ‘사람’이 있다. 민선 6기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건강한 공동체를 통해 착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남구’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한 4대 정책목표로 지혜로운 시민, 지속가능 도시, 사회경제 연대, I-미디어시티를 선정했다.
6기를 시작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와 구민이 참여한 일명 ‘착한약속위원회’는 치열한 토론과정을 거쳐 정책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냈다. 이후 위원회와 공무원들은 예산확보 방안을 고민하는 등 3개월의 노력 끝에 154개 착한약속 실행방안을 완성했다.
최근 열린 착한약속 이행상황 보고회에서는 6건 완료, 107건 추진 중, 41건 부진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오는 7월 1주년을 맞아 성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더욱 담금질하려고 한다. 약속을 주제로 할 때 많이 언급되는 고사성어에 ‘미생지신’(尾生之信)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미생이라는 남자가 다리 밑에서 만나자던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홍수도 피하지 않고 기다리다 익사하고 말았다는 고사(사기 소진전)에서 유래했다. 착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구 900여 공직자에게 필요한 정신이 바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킨 미생의 마인드 아닐까 싶다.
/이규철 인천시 남구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