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매립장을 둘러싼 지자체간 협상의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가 최근 제3매립장 기반시설 실시설계를 마치고 공사발주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는 지난 1월 4자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가 한 쪽에서는 협상을, 다른 쪽에서는 제3매립장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기반시설 공사까지 추진하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992년 개장한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종료시점은 2016년 말이다. 서울·경기·환경부는 현재 3·4매립장이 비어 있는 점을 고려, 사용기한 30년 이상 연장안으로 인천시를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시는 지난 20여년간 인근 주민이 겪은 환경피해를 고려, 3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매립지 협의를 위해 4자협의체 협의를 제안하고 그 선제적 조치로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 이양을 요구한 바 있으나, 선제적 조치는 ‘연장 조건’으로 변질되고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로 4개월의 시간만 흘렀다.

인천시는 최근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2016년 말 매립지 사용을 중단할 경우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2016년 사용종료 원칙에 탄력적으로 대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6년 사용종료는 인천시민들의 요구일 뿐 아니라 유정복 시장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서구청장의 선거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은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은 인천 편이 아니다. 4자협의체의 논의가 길어지면 인천시의 압박은 가중된다. 2016년에 제2매립장의 매립이 끝나고 나면 유일한 대안인 제3매립장을 인천시가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그 경우 인천시의 의사와 관계없이 환경부 장관이 직권으로 연장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태도는 공익을 고려한 인천시의 입장선회마저 무색케 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상대가 불리한 조건에 있다 해서 압박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뿐더러 주민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협상주체들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지혜로운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