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 민관합동 대책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환자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나온 대응책이다. 그 사이 감염자가 15명으로 늘어났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쳤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탄저균 배달사고까지 겹쳐 국민의 불안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메르스도 그렇지만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는 자칫 우리 국민들이 언제든지 치명적인 생물무기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태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이 우리 정부에 배달 사고를 통보해 오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너무나 크다. SOFA(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에 따라 주한미군이 탄저균 반입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메르스나 탄저균 등 정부의 대응은 모두 ‘뒷북’이다. 메르스 확산을 조기 차단하지 못한 방역당국의 무능은 물론이고 여기에 탄저균 공포까지 가세하면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처음부터 메르스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렸다면 이렇게까지 공포감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방역당국 책임자의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는 이유다.
세월호 사고에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것은 해난사고에 대한 정확한 ‘재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터지자 뒤늦게 매뉴얼을 만드느라 북새통을 치렀듯, 이번 사태 역시 대응 매뉴얼이 없어 불안감이 더 커졌다. 확실한 매뉴얼이 있어 초기에 제대로 격리시켰다면 환자가 외국으로 출국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괴담 공포는 방역당국이 스스로 키운 셈이 됐다.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조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방역 당국 무능이 부른 메르스 공포
입력 2015-05-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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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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