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입법부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핵심은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권력분립이며 위헌 소지가 있느냐의 여부이다. 또한 여권내 친박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갈등도 기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적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기구와 특위를 구성한 마당에 4대 국정혁신 과제는 물론 황교안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교착과 마찰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박 주류의 비주류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이번 사태가 여권내 계파갈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권 시사를 암시한 것은 극단적 상황에 이르기 전에 여당이 주도적으로 해법을 마련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의중대로 재개정안을 내거나 시행령 변경을 건의하는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한다면 여야가 대립하면서 정국이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방향으로 정리가 되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현역의원으로 임명한 것도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반응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행령의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해석의 차이가 크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어느 한쪽 주장만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입법부가 이원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교착과 대립은 항상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타협과 절충의 정치로 풀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안도 법 해석에 차이가 있으므로 청와대와 국회가 서로의 명분을 살리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청와대나 국회, 모두 한 쪽 주장만 해서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청와대와 국회, 서로 한 발씩 물러나야
입력 2015-06-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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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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