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2002년 7월 어느 생명보험회사가 창구에 내건 인간의 질병은 6천656가지였다. 그 많은 질병과 사고를 다 보장한다는 상술 표시였지만 지금은 더 늘어났을 거다. 2012년 첫 사례가 기록됐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따위 신종 전염병뿐 아니라 별의별 괴질 괴병이 잇달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중동인도 아닌 한국인들이 중동 호흡병으로 죽었고 언제쯤 괴질의 기세가 꺾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병불이신(病不離身)’이라고 했다. 생로병사까지 ‘질병이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더 유별난 사람도 있어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평생 24가지의 중병을 앓아 ‘움직이는 병원’이라 불렸다. 시성 두보(杜甫)도 말라리아만 3년을 앓았고 폐렴 소갈병(당뇨) 관절염 신경통 등에 시달렸는가 하면 세종대왕도 고혈압 당뇨 수전증(파킨슨병) 등창(피부병) 요도염 방광염에다가 안질도 실명에 가까웠다.
생로병사에서 ‘병’을 건너뛰어 살 수야 없겠지만 유별나게 평생 병추기(병주머니)로 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인지 모른다. 그 많은 위인 천재가 시달렸던 정신병은 또 어떤가. 눈만 뜨면 TV에 뜨는 멀쩡해 보이는 정신질환자 또한 얼마나 흔한가. 누가 그랬던가. 이래저래 절망하는 것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