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기억해도 좋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무어(Moore)의 시집 ‘아일랜드 가곡집(Irish melodies)’에 수록된 민요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가곡화한 그 오페라 말이다. 하지만 그 오페라는 ‘마지막 장미’ 그 말이 슬프다. 여름 막바지, 가을 문턱에 단 한 송이만 남아 쓸쓸해 보이는 장미에 애정을 퍼부은 노래가 ‘마지막 장미’다. 그러니까 ‘여름의 마지막 장미’ 한 송이 고고히 남기 전에 백만 송이 장미공원으로 달려가 깡그리 사열하듯 진한 향기에 취해 보는 게 어떨까. 로마자를 쓰는 대부분의 서양 장미는 거의가 rose(스페인은 rosal)고 러시아도 ‘로자’로 비슷하지만 일본에선 장미를 한자음 ‘쇼비’보다 ‘바라’라고 부른다. 중국에선 또 ‘메이꾸이(매괴:매괴)’라고 한다. 우리말에선 해당화가 매괴지만.
세상은 삭막하고 살벌하고 불안하고 추악하고도 메스껍다. 세상만사 접어두고 밀쳐둔 채 백만 송이 장미향기 가득한 장미축제 공원에나 가 보라고 재촉하고 싶다. 그래서 정신이 아찔하고 아뜩하도록 향기에 취해 보라고. 그리고 연인을 향해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가시까지도 쏙 닮았네요…’를 중얼거려 본다든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