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3차 감염자가 1명 추가로 확인돼 국내 메르스 환자는 모두 30명으로 늘었다. 환자 수도 급증해 자택·기관 격리자도 총 1천364명으로 불어났다. 발병 가능성을 낮게 봤던 3차 감염자가 그것도 수도권 밖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메르스 확산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의료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후진국적 방역체계는 이미 ‘메르스 오염지역’이라는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만일 메르스가 아닌 전파력이 더 강하고, 더 치명적인 균이었다면 상상하지도 못할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 사태가 방역당국의 초기대응 실패로 더 확산됐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민관합동대책본부를 만들었으니 한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환자나 의료진도 자신의 신고의무를 다했는지도 생각해 볼 때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허술한 방역체계를 재정비하고 국민의 보건의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컨트롤타워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무능한 정부의 통솔을 받고 있고, 그런 정부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번 지적했지만 이번 사태의 가장 아쉬운 것은 최초의 감염자 A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다는 것을 숨긴 점이다. 모든 걸 사실대로 밝혔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A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병원 4곳을 거치면서 병동의 환자·보호자·의료진에게 메르스를 옮기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또 메르스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늦게 신고해 환자의 출국을 사전에 막지 못했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그동안 전시성 행정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을 뿐 정작 필요한 안전 관리는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강국’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내 몸에 이상이 있으면 스스로 보건당국에 신고하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특히 자가격리자의 경우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외부출입을 스스로 자제하는 인내심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