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에 붉은 글씨를 쓴다고 해서 모두 부적으로서의 효험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부적을 만드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동쪽을 향하여 정수(淨水)를 올리고 분향한 뒤 이를 딱딱딱 세 번 마주치고 주문을 외운다. 그런 다음 부적을 ‘그린다’. 재료는 경면주사(鏡面朱砂)나 영사(靈砂: 수은을 고아서 만든 약재)를 곱게 갈아 기름이나 설탕물에 잘 개서 쓴다.
부적은 목적과 기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관직·입학·건강·수명연장이 목적인 부적으로 칠성부(七星符)·소망성취부(所望成就符)·초재부(招財符)·재수대길부(財數大吉符)·대초관직부(大招官職符)·합격부(合格符)·생자부(生子符)·가택편안부(家宅便安符)·만사대길부(萬事大吉符)가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로 사(邪)나 액(厄)을 물리침으로써 소원을 이루는 부적으로 재앙을 예방해 주는 삼재예방부(三災豫防符), 악귀를 물리치는 귀신불침부(鬼神不侵符)·벽사부(僻邪符)·사마제압부(邪魔制壓符)·축사부(逐邪符)·비수불침부(飛獸不侵符)·야수불침부(野獸不侵符)·상문부(喪門符)·오귀살(五鬼殺)·귀문관살부(鬼門關殺符) 등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적을 좋아한다. 한국사람의 70%가 부적을 가져 본 적이 있으며 그중 30%가 부적의 힘을 믿는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다. 종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다르지만 부적에 대한 믿음이 식지 않는 것은 원시적 주술(呪術) 신앙이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부적’이라도 치면 관련 광고가 수십 개가 뜬다. 배가 침몰하고, 전염병이 발생하고, 보복운전이 횡행하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예측 불가한 세상 때문이다. 부적으로라도 불행을 막고 싶은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슬픈 일이다.
/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