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스웨덴에서 노인과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도우미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보조사들의 이야기를 축으로 인생의 황혼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나이를 먹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도우미센터를 운영하고, 이곳에 근무하는 도우미들이 집을 방문해 식사, 목욕 등 일상생활에 도움을 준다. 이 만화는 스웨덴 세인트보딜 도우미센터에 근무하는 펠레의 도움을 받는 노인들과 노인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한쪽을 직사각형의 4칸으로 구분하는 서구만화의 정형적 연출을 사용하는데, 이런 연출은 칸 안의 내용에 집중하게 한다. 간략한 그림 스타일이지만, 정확하게 인물의 특징을 묘사하고 있어 역시 독해에 효율적이다. 형식이 내용을 끌어가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용에 집중하도록 한다. 주인공인 펠레는 작가의 이름이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2000년대 초반 홈케어 서비스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당시 나는 노인을 돌보는 일과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그에 대해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고 밝힌다. 자신의 경험에서 이야기를 끌어냈는데, 이런 자전적 이야기는 자칫하면 경험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개인(작가이자 만화의 화자인 펠레)의 경험에서 더 나아가 노인과 가족, 그리고 홈케어 시스템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펠레는 매일 여러 노인의 집을 방문해 그들을 돌본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가족들이다. 구넬 할머니의 딸 아니카는 펠레가 준비한 버섯 요리가 “보기만 해도 밥맛이 뚝뚝 떨어지는 음식”이라며 자신이 해 온 소고기 스튜를 드린다. 두 번째 숟가락을 삼키던 할머니 목에 소고기가 걸리고, 펠레의 응급처치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음식을 먹여준 건 딸이었지만, 아니카는 펠레의 근무태만을 센터에 신고한다. 한 주가 지난 후 신문에 “학대받는 어머니”라는 기사가 나온다. 기사의 요지는 맞지만 틀리다. 펠레의 입장과 구넬 할머니의 딸 아니카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주장이 맞고, 타인의 주장이 틀리다. 그러던 중 구넬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도우미 펠레, 구넬 할머니, 할머니의 아들 오케와 딸 아니카.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갈등은 오케가 펠레를 감시하기 위해 숨겨놓은 카메라에 찍힌 의외의 장면으로 쉽게 해결된다.

첫 화 ‘가족’편을 보면 노인을 돌보는 도우미와 그 가족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는 노인케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나아간다. ‘끓는 물’편에서는 펠레가 돌보는 엘린 할머니의 오래 묵은 트라우마를, ‘잉그마르’편에서는 잉그마르 할아버지의 집착에 대해, ‘장례식’편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심지어 ‘마스팔로마스’편에서는 ‘가족’편에 나오는 중년 오케를 통해 중년의 무력함과 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 마지막 에피소드 ‘블랙&화이트’편은 누워있는 노인이 바라보는 1인칭 시점을 잡아낸다. 노인문제의 본질은 노인 그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마무리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노인 문제는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