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는 매일 여러 노인의 집을 방문해 그들을 돌본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가족들이다. 구넬 할머니의 딸 아니카는 펠레가 준비한 버섯 요리가 “보기만 해도 밥맛이 뚝뚝 떨어지는 음식”이라며 자신이 해 온 소고기 스튜를 드린다. 두 번째 숟가락을 삼키던 할머니 목에 소고기가 걸리고, 펠레의 응급처치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음식을 먹여준 건 딸이었지만, 아니카는 펠레의 근무태만을 센터에 신고한다. 한 주가 지난 후 신문에 “학대받는 어머니”라는 기사가 나온다. 기사의 요지는 맞지만 틀리다. 펠레의 입장과 구넬 할머니의 딸 아니카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주장이 맞고, 타인의 주장이 틀리다. 그러던 중 구넬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도우미 펠레, 구넬 할머니, 할머니의 아들 오케와 딸 아니카.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갈등은 오케가 펠레를 감시하기 위해 숨겨놓은 카메라에 찍힌 의외의 장면으로 쉽게 해결된다.
첫 화 ‘가족’편을 보면 노인을 돌보는 도우미와 그 가족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는 노인케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나아간다. ‘끓는 물’편에서는 펠레가 돌보는 엘린 할머니의 오래 묵은 트라우마를, ‘잉그마르’편에서는 잉그마르 할아버지의 집착에 대해, ‘장례식’편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심지어 ‘마스팔로마스’편에서는 ‘가족’편에 나오는 중년 오케를 통해 중년의 무력함과 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 마지막 에피소드 ‘블랙&화이트’편은 누워있는 노인이 바라보는 1인칭 시점을 잡아낸다. 노인문제의 본질은 노인 그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마무리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노인 문제는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