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전염우려 헬기도 못타
악천후 변수 메르스 공포 키워
전파위험 낮지만 유입땐 고립
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보건소를 제외한 최소한의 의료시설도 갖추지 못한 인천 섬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옹진군에서 가장 큰 섬 백령도는 지난 4일부터 인천의료원 백령병원 외부에 천막으로 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병원 2층에 격리병상 2개 실도 따로 마련했다. 선별진료소는 의심환자의 가검물을 수거해 배편으로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여객선이 결항하게 되면 시료를 육지로 보낼 방법이 없다. 실제, 지난달 말 백령도에서 50여 명에 달하는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상악화로 여객선이 이틀이나 결항하면서 역학조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래서 섬 주민과 보건당국은 섬지역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자칫 메르스 환자 발생 시 악천후로 후속 대처가 늦어지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심환자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헬기를 사용할 수도 없는 점도 골칫거리다.
의심자가 확진환자가 될 경우 헬기 조종사까지 격리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상 상황이 아니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환자를 119구급차에 태워 격리한 뒤 배편으로 보내는 방법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아직 별다른 징후는 없지만, 배가 뜨지 않는 날 사건이 발생하면 답이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의료 사각지대에 산다는 점이 서글프다”라고 했다.
선별진료소를 갖춘 백령도와 달리 연평도, 대청도 등 다른 섬들은 보건소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심 환자 발생시 보건소 직원이 직접 집으로 방문해 상황을 판단하고, 선박으로 환자를 직접 이송해야 한다.
섬의 특성상 외부와 단절돼 메르스 전파 가능성이 육지보다 낮은 반면, 한 번 유입될 경우 섬 전체가 고립될 수 있다는 점도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육지와 통행 수단이자 관광객 등을 실어나르는 여객선을 비롯해 각 섬 항구에는 별다른 방역 시스템이 없지만, 오겠다는 관광객까지 막을 수는 없는 처지다.
옹진군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의심 환자는 없으며, 만일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며 “입도객을 상대로 개인 위생과 관련된 홍보활동을 철저히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