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 만남” 검사 요구 소란
진단서 없는 환자 침시술 거부
경찰 음주단속 무기한 연기도


“중동 사람과 마주쳤는데 메르스에 옮지 않았을까요. 검사해주세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시민들 사이에서 ‘메르스 기피 증후군’으로 확산하며 온갖 백태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5일 밤 인천의료원 메르스 임시진료소에 한 20대 남성이 찾아와 메르스 진단 검사를 요청했다.

이날 낮에 인천의 한 길가에서 ‘중동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과 마주쳤다는 이유였다.

의료원 측은 의사의 1차 진단 결과 체온이 정상이어서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지만 이 남성은 막무가내로 “검사를 해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며 임시진료소에서 소란까지 피웠다.

의료원 측은 하는 수 없이 메르스 양성 또는 음성 여부를 판정하는 객담(가래)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이 나온 뒤에야 이 남성은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또 다른 30대 남성도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중동 사람을 봤다”며 인천의료원 임시진료소로 찾아와 검사를 요구했고,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야 돌아갔다.

단순히 경기도 평택지역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검사를 요청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인천의 한 한의원에서는 환자가 메르스 진단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한의사가 침 시술을 거부한 경우도 있고, 일선 경찰서에서는 각종 고소·고발 관련 출석을 연기하는 사례도 있다.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심지어 인천구치소에서는 며칠 전, 체온을 측정한 결과 고열이 있는 한 변호사가 수감자를 접견하지 못하고 돌아간 일까지 있었다.

인천 시내 약국이나 의료기기 판매점 등에서 빚어지는 마스크 품귀 현상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의료기기 판매점에서는 마스크를 숨겨 놓고서, 아는 사람에게만 판매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가 집계한 인천지역 메르스 관련 전화 상담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2천 건을 넘어섰다. 인천의료원과 군·구 보건소, 지역병원 등에 마련된 임시진료소에도 하루 평균 수십 명이 찾아와 상담 또는 진료를 받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의사 1차 진단에서 이상이 없으면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검사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무리한 검사 요구는 오히려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김명호·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