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가 따로 없다. 국어사전은 ‘전쟁, 분쟁,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난리(亂離)’라고 규정했지만 당장 메르스 전염병 파동도 난리 종류로 끼워 넣어야 할 거다. 또한,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5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와 금붙이 모으기 소동 역시 내우(內憂)에 의한 외환(外患), 또는 내우 겸 외환인 난리는 난리였다. 그렇다면 경제파동 역시 ‘난리’에 추가해야 옳다. 그런데 중동서 잠입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내우로 여겨야 할까, 外患으로 쳐야 할까. 아무튼 ‘대단히 미세한 생물, 세균보다도 작은 여과성(濾過性)의 것’이라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웃겨도 소름 끼치게 웃긴다. 바이러스(virus)는 라틴어 ‘비루스’의 영어식 발음으로 독, 독액(毒液)이란 뜻이다. 그래선지 일본에선 유식한 체 ‘비루스’라고 그대로 읽고 중국에서도 바이러스를 ‘삥두(病毒:병독)’라고 부른다.

세균보다도 작고 현미경 속에서만 존재가 나타나는 게 바이러스지만 그 미물(美物)도 아니고 ‘미물(微物) 중의 미물’인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민국 동네방네가 마구 휘둘리다니 어이가 없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뭐, 만물의 영장? 좋아하시네! 우리네 명성(名聲)이 코로나라는 걸 알고들은 있나?”→메르스 바이러스의 묵언(默言)도 아닌 ‘묵성(默聲)’이 귀에 쟁쟁하지 않나? 코로나(corona)라면 지구의 약 130만배 크기인 어마어마한 태양 급 존재다. 태양 대기의 희박한 가스체인 코로나가 그렇고 빛 또한 보름달 광도(光度)에 가깝다. 무엇보다 온도가 약 100만도인 코로나의 백광, 광관(光冠)을 인간의 시력으로는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감히 ‘코로나 바이러스’라니!

가엾은 사람들이다. 세월호 사고 때는 팽목항에 죽치고 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수염이 몹시 불쌍하더니 이번 메르스 난리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머리가 무척 애석하다. 이 더위에 우주인 방호복 속의 의료진은 또 얼마나 봐주기에 민망한가. 메르스 백신 개발에 5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 너무 굼뜨고 못한다고만 당국을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세상사 늘 그랬고 그런 거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