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87년 6월 항쟁의 과정을 거쳐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 과정은 국가 차원의 엄청난 시끄러움이었는데 많은 국민의 고통의 소리도 있었고, 소중한 생명을 잃은 통곡의 소리도 있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도 있었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는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소리였기에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 낸 것이다.

6월 항쟁을 통한 민주화는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지방자치’다.

올해는 그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되어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실시된지 만 20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남다른 해이다.

해당 지역의 여러 가지 일을 해당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행정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주민들에 대한 시각과 참여민주주의는 과거 독재정권과 중앙정부의 독점적 권력 행사가 있을 때와 비교하면 혁신적인 질적 변하는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내가 사는 수원 칠보산 주변의 화장장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고 있다.

화장장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떠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있는 곳에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역할이 민주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의 칠보산 인근에 들어설 화장장은 경기도의 광역화장장으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화성시는 화장장을 직접 유치한 지방자치단체로 당사자이기도 하다. 수원시는 화장장의 설치 기관은 아니지만 청정 칠보산의 주소지가 있는 지역인 데다 반대의 소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화장장과 관련하여 칠보산 주변 시민들의 소리가 있는 곳에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이웃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며, 주민들의 의견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희망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경기도청이나 화성시는 화장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화장장 설치를 위한 행정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왜 반대하는지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반대하는 시민들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여 설득하고자 하는 노력은 둘째 치고 법률에 보장된 주민들의 알 권리에 대해 사업이 ‘계획 중’이며 ‘민감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의 소중한 알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지방자치의 성숙은 시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는 것이기에 시끄러운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 시끄러운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합의 과정을 거쳐 정책을 확정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민주주의 기본인 주민들의 논의 절차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고, 시끄럽다고 바라보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과거부터 화장장은 환경 기초시설로 우리에게 필요한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환경 기초시설이라고 해서 주민들 반대의 소리가 외면 당해서는 안되며, 지방자치단체의 형식적인 행정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절차적 정당성이 다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군부독재와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에서 지방자치가 부활된지 20년! 시민들의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고, 토론되며, 합의가 이루어지는 그런 지방자치제도는 언제쯤 가능해질까.

/박진우 경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