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뭘 하나, 직접 살피고 챙겨라, 전면에 나서서 이끌고 지휘하라 등 독촉과 비난, 책망이 빗발친다. 사사건건 모든 사고와 잘못된, 부진한 일은 대통령 잘못과 책임이고 무능 탓이라며 아우성이다. 세월호 사고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고 메르스 초동방역 부실도 대통령과 정권 무능 때문이라는 거다. 묻고 싶다. 대통령이 천수천안(千手千眼)관세음보살처럼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이라도 가졌다는 건가. 대통령은 ‘큰 大’자 大統領이듯이 외교, 국방, 경제 등 큰 틀의 국정을 책임지는 거지 세상만사를 깡그리 다스리고 책임지는 ‘다(多)통령’은 아니다. 영어의 president야 대통령, 회장 총장 학장 좌장에다 구멍가게 사장도 같지만 우리 ‘대통령’은 딱 한 사람뿐이다. 세상 잡사 일체의 책임을 대통령이 질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나라(國) 일(務)을 모두 다스린다(總理)’는 뜻의 ‘국무총리’가 있고 장관들과 각 분야 실무 책임자가 있고 지방자치체도 있지 않은가.

대통령더러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도 하라는 소린가.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피는 게 만기친람이고 그게 책임 있고 덕망 있는 임금이라는 거다. 비슷한 뜻의 ‘친총만기(親總萬機)’라는 말도 있다. 임금이 모든 정치를 몸소 챙기는 거다. 그런가 하면 임금께서 아주 작은 일까지 환하게 살피는 걸 ‘무미불촉(無微不燭)’이라 하고 하루 1만 가지 정사를 친히 돌보는 걸 ‘일일만기(一日萬機)’라고도 했다. 그리고 국정 전체를 다스리는 걸 ‘미륜(彌綸)’이라고 일컬었다. 오늘날의 대통령더러 그렇게 하라는 건가. 지난 어느 대통령처럼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비탄조 옥음(玉音) 안 들리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할까. 그런데 더욱 한심한 건 메르스 때문에 오는 14~19일의 대통령 미국행도 연기해야 한다는 소리다.

‘계구마지혈(鷄狗馬之血)’이라고 했다. 옛날 천자(天子)는 소나 말의 피를 마시며 조약을 했고 제후는 개나 돼지 피를 마시며 그랬다는 거다. 예수도 최후의 만찬에서 12제자와 이른바 ‘보혈(寶血)의 언약’을 했다. 요즘도 그런 ‘피의 약속’못지않게 중대한 게 국가간 약속이다. 전쟁,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국가간 외교 대사 약조를 어길 수는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