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결혼이주 여성
해마다 7천명 넘게 입국
조리법·전통요리 등
풍부한 지식·경험 활용
우리 먹거리와 연계
다양한 식품 만들어 수출해야

최근 하노이 지사 설립을 위해 베트남을 다녀왔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큰 시장이며 국가 전체 수출액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간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유교권에 속하고 조상을 섬기며 가족을 중시하는 등 비슷한 점도 많다. 월남전 상처가 떠오르는 특수한 관계이나 최근 양국은 과거 아픈 역사를 넘어서 상생과 교류협력, 새로운 도약을 실천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류가 해외에서 바람을 일으킨 ‘원조 한류국가’이다. 전체 인구 중 30대 이하 젊은 층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나라’인 베트남은 거리 곳곳에서 에너지가 넘쳐난다. 넘치는 에너지가 한류 열풍과 겹쳐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식당의 숫자는 많지 않으나 라면, 김, 인삼, 버섯, 과자, 음료 등 한국 식품 소비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외식체인도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역사가 있어 독자적인 문화기반 위에 빵과 커피 등 프랑스 식문화도 상당히 발전해 있다. 동서양이 혼합된 퓨전음식이 발전하기 좋은 나라이다. 한국음식이 세계화되려면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현지에 한식당이 늘어나야 하고, 한식 조리인력도 많이 배출해야 한다. 한식의 성공 가능성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베트남 출장 중 하노이관광대학과 한식강좌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식품산업에 대해 강의하면서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느꼈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부연안에 위치하므로 내륙진출을 위한 거점기지도 된다.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한류와 한식 붐을 전파할 수 있다. 이미 베트남에 수출되는 우리 농식품의 일부는 인근 국가로 재수출되고 있다. 베트남을 잘 활용하면 주변국가에 한국식품의 튼튼한 소비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하고 국회비준을 요청한 상태이다. 자동차, 화장품, 전자제품, 건설 등 많은 부문에서 관세철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농수산물 부문에서는 수입증대도 우려된다. 지난해 우리 농식품의 베트남 수출액은 약 4억3천만 달러, 수입액은 13억6천만 달러 수준이다. 수입액이 많으나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 농식품의 수출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베트남 농식품 수출액은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국 중 4위에 해당한다. 2010년 1억5천300만 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베트남은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 농식품의 주요 수출시장이며 6억명이 넘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중심이다. 베트남은 경제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농업이 중요한 산업이나, 농업 생산성은 매우 낮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여러 국가에 해외농업기술센터(KOPIA, Korea Pro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e)를 설치하였다. 베트남은 코피아센터가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나라이다. 무, 배추, 고추 등 우수한 우리 농산물 종자와 재배기술 보급을 통해 베트남 농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베트남 코피아센터에 파견되어 농업기술 협력에 힘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도 느꼈다.

매년 7천명이 넘는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고 농촌의 주요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다문화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양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아는 다문화가정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식생활과 식습관, 전통요리, 조리법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는 베트남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월남쌈’이라는 라이스페이퍼를 이용한 요리, 우리나라 불고기처럼 양념한 돼지고기구이를 쌀국수와 함께 내는 ‘분차’도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메뉴이다. 베트남 쌀국수가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처럼 우리도 식품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자. 경기도가 앞장서서 한-베트남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