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수도권 규제로 증발된 경제적 손실이 3조1천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나 지자체간의 완화냐 규제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기업활동이 위축됨으로써 나타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다. 이 같은 실태는 정부의 수도권규제 완화 정책이 경제적 실리보다는 정치논리에 끌려 지지부진하게 추진돼 온 때문이란 지적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0·30 수도권규제 완화조치 이후 공장입지 투자계획 변동분석’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62개 기업이 수도권규제로 공장 신·증설 시기를 놓쳐 3조3천329억원의 직간접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인해 정부 현안정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일자리도 1만2천59개나 사라져 국가적 경제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의 이번 조사는 지난 2008년 10월30일 정부가 취한 수도권규제완화 조치 당시 수도권 내에서 공장 신·증설 투자계획이 있었던 1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경제적 손실은 입지규제로 공장 신·증설 시기를 놓쳐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도권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도 수도권 외 지역의 완화반대 목소리에 주춤,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 같은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자연보전 권역으로 2조398억원에 이르고, 과밀억제권역 7천990억원, 성장관리권역 2천941억원 등이다. 또 이 가운데 28개 기업은 아예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고 9개 업체만 지방으로 이전했다. 해외 이전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액도 9천억원이 넘는다.

수도권규제 완화 정책은 지역 간 균형발전 이란 명분을 넘어 산업 생산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 등 창조적인 경제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그러나 수도권 외 지자체들이 지역균형 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워 완화정책을 극력 반대해 왔다. 그들이 풍선효과로 기대했던 수도권 기업들의 지방이전이 무산되면서 오히려 국가적 손실만 초래한 꼴이 된 것이다. 수도권규제가 결국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업체들의 발목만 붙들어 맨 형국이다. 산업활동의 요체인 물류비용의 절감 등 경제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기업활동이 지역이기의 제물이 되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