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가 관련법규도 제대로 모른 채 팔순의 유학자가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며 쾌척한 성금 5억원을 '활용처를 찾지 못했다'며 무려 1년여동안 시 금고에 예치해 놓은 채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현행법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수혜자 지정으로 단순전달하는 역할 이외에 기부금품을 일절 받을 수 없고 이를 예치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며, 법적 모집단체에 기탁됐을 경우 통상적으로 3~4개월이면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

5일 고양시에 따르면 고양 유림서원의 봉암(峰巖) 이경무(80·고양시 성사동)원장은 지난 2001년 11월 묏자리로 사놓았던 토지가 풍동 택지지구로 편입되면서 받은 보상금 중 세금을 제외한 5억원 전액을 당시 황교선 시장에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시는 그러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해 성금을 접수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다 규제법 예외조항에 따라 도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저소득가정 자활자립기반 조성기금'으로 사용하도록 용도가 지정되자 4개월여만인 지난해 3월에야 합법적으로 이 돈을 접수했다.

시는 특히 성금접수 이후에도 '돈의 활용방안을 마련한다'며 이 돈을 시 금고에 방치해오다 지난해 말에야 기초생활보장기금으로 활용키로 최종방침을 정해 1년이 넘도록 기부자의 뜻을 외면해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외부에서 기탁한 돈을 사용한 전례가 없어 타 시·군의 사례를 검토하고 활용방안을 찾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2005년까지 5억원과 시 예산을 합쳐 마련한 30억원, 기존 저소득주민장학기금 20억원으로 기초생활보장기금 50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지자체에 기탁된 성금은 수혜자를 지정 기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법적 모집단체로 전달해야 하며 3~4개월 후면 기탁자의 의도대로 배분이 이뤄진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성금을 1년여동안 시 금고에 예치시켜 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