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인사들 잘못 비해
처벌 가볍다는 인식 팽배
불미스러운 모습 자주 보일땐
대중들도 자신의 크고 작은
그릇된 행동 죄의식 못 느끼고
도덕적 불감증에 물들수 있어


최근 우리 사회는 정·경·군·관 등 여러 영역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와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명 정·관·재계 인사들은 물론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사들 까지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모습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혹 긴 세월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곳곳에 굳어진 현상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그의 저서에서 부정행위도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것이라며 흥미 있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소하게는 학창시절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부터 회사의 비품을 집에 들고 오는 것,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들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염되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

메르스란 전염병이 지금 온통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전염이 한 개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전국적 규모로 급속히 전파돼 국가적 재앙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두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초기에 차단되지 않으면 급속도로 증식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듯이, 비윤리적인 행동양식도 초기에 제동됨이 없이 관행화하면 곳곳으로 확산돼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소한 잘못을 적당하게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쌓이면 대대적인 잘못도 괜찮다는 신호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저명인사들은 보상은 충분히 많이 받으면서도 처벌은 자신들의 잘못에 비해 너무 가볍게 받는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런 가운데 불공정한 모습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대중들 역시도 자신들의 크고 작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못 느끼고 도덕적 불감증에 물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정·재계의 도덕불감증으로 한 때 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적이 있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으로 전 국민을 기만한 엔론 사건이 그렇고, 국회의 정치활동위원회 자금을 술값, 스키여행비, 심지어는 스트립클럽 출입비용까지 사용한 사실 때문에 드러난 정치인들의 관행적 부패사건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특히 요즈음 정치하는 사람이든 기업하는 사람이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나, 이들 중에 정치자금이나 세금문제에서 자유로울 사람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느냐는 말이 실로 실감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특성을 가진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방향으로서 애리얼리는 ‘깨어진 유리창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범죄의 발생은 동네에서 공공의 유리창을 파손하거나 환경을 더럽히는 것과 같은 사소한 위반행위가 방치되는 시점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방치가 계속되면 전염병처럼 번져 범죄의 만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소한 위반행위일지라도 즉각 바로 잡아 기초질서를 확립함으로써 더 큰 범죄가 없는 안전한 사회로 정착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부정부패도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질병이므로 즉각적이고 단호한 사법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질적으로 사회 고위층에 제도화된 부패관행은 물론 풀뿌리 시민사회에 퍼져 있는 사소한 기초질서의 문란행위, 공권력에 대한 경시풍조, 불법적인 집단적 이기주의 등 모두가 그 대상에 포함된다. 동시에 올바른 행동은 부패한 비리만큼 사회에 큰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지만, 도덕적인 행동을 고취하는 일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범적인 사례가 지속해서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의 기준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제도화된 관행적 비리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고취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선행을 찾아 알리고 본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