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원룸 공급과잉 “여름도 못버틸판”
“이대로 가다가는 올 여름도 버티기 힘들 것 같네요….”
지난 12일 낮 12시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화력발전소 주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종률씨가 한숨을 푹 쉬며 이같이 말했다. 점심시간인데도 이씨의 식당은 손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식당마다 점심·저녁 식사시간 때면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불과 반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5년 전 영흥화력 1·2호기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일감을 찾으러 온 건설 인부들이 몰려 이곳 영흥면 외리 일대는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1·2호기 공사가 끝나면 3·4호기가 건설됐고, 5·6호기도 차례로 건설됐다. 사람이 모이자 돈이 몰렸고, 그 돈은 다시 사람을 끌어모았다. 발전소 건설 전 2천800여명이었던 인구는 6천명까지 늘어났다.
호황은 지난해 말 완공된 5·6호기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인부들은 떠나갔고 7·8호기 건설도 최근 석탄연료 사용 문제로 철회돼 주민들은 “영흥도는 다시 15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한숨이다.
발전소 주변은 온통 폐업한 식당 뿐이었다. 공사판 주변 대형 ‘함바식당’ 6곳 중 5곳이 최근 문을 닫았다. 호프집, 노래방, 슈퍼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께 텅 빈 3층짜리 상가건물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다. 보통 하루 매출이 90만원 정도인데 ‘30그릇’(짜장면 5천원 기준·15만원) 정도를 팔았다고 한다. 주인 권미향씨는 “지금까지 남은 집(식당)은 계약기간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고 떠날 사람은 보증금도 깎아 먹고 벌써 다 떠났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발전소 주변 원룸은 1천200여 세대로 ‘공급 과잉’이다. 넘쳐나는 원룸은 주인을 구하지 못하고 대부분 비어있다. “발전소 건설이 계속된다”는 부동산업자의 달콤한 유혹에 수억원을 투자해 지은 신축 원룸이 대부분이다.
한때 공사장 출입 인원만 2천~2천500명에 달해 웃돈을 주고도 방을 못 구할 정도였다고 하니 어찌 보면 투자는 당연한 상황이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잘 나갈 때는 연 수익률이 12%로 육지의 2배 이상 수익이 보장돼 빚을 내서 투자한 사람이 많다”며 “조만간 경매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영흥화력 7·8호기 증설이 재추진 된다고 해도 역시 몇 년 뒤에는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다. 발전소에 전적으로 의지해 먹고 살았던 마을이 이제는 발전소 때문에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