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2012년에야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관계로 축적된 연구나 논문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변종바이러스가 아직 없다는 점, 공기전파가 아니라는 점, 해서 지역감염이 없다는 점, 고위험군에서 집중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 대증요법 등으로 치료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체감공포는 지나친 면이 있다. MERS는 대한민국의 정비되지 않은 시스템과 사회 미성숙 요소들이 공포를 실제 이상으로 키웠다는 생각이다.
첫째, 보건당국의 허술한 초기대응이다.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선제 조치 골든타임을 효과적으로 보내기에는 보건당국의 조직과 인력구성이 허술했다. 그나마 있는 매뉴얼 운용조차 너무나 부실했다. 보건복지부에는 복지전문가들의 득세로 장·차관 가운데 보건의료 전문가는 없다. 보건복지부 내 보건의료 최고위직인 질병관리본부장 직급도 1급에 머무른다. 국민의 질병관리 실무 최고책임자로 유사시 정부부처·언론·군·경 등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비중에 비춰 볼 때 최소한 차관급이어야 맞다.
둘째, 감염질환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국가 재난사태에 전국의 보건소는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차제에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하듯 환자진료에 열을 내는 일탈의 모습에서 질병예방·환경개선·국가보건사업이라는 본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셋째, 국민행동요령이 정립돼야 한다. SNS를 통해 출처 불분명 쓰레기정보와 ‘아니면 말고’식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퍼 나르는 행위가 공포를 키운 측면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신력 있는 정보를 믿고 행동지침에 충실하게 따라주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MERS사태에서도 확진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하는 바람에 해외언론으로부터 대한민국은 모진 수모를 겪고 있다. 호흡기질환이나 감염질환에 대해서는 병문안도 자제하는 선진국의 시민의식을 갖추는 기회가 돼야 한다.
MERS 발생 초기부터 의사협회와 보건당국에서 내놓은 예방요령은 ▲손씻기, 기침에티켓 및 개인위생 철저 ▲의심환자 접촉 시 보건당국 신고 ▲대표적인 의심증상 때 지역보건소 및 메르스핫라인으로 연락해 행동할 것 등이다. 이에 철저히 응할 때 상황 종료를 앞당길 수 있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지난 3일 인천시장 및 실국장 대책회의에서 확산 방지책을 제안했고, 이 대책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의사회 임원 대책회의를 매주 개최하고 있다. 또 구군별 담당 및 왕진이송 담당 병의원을 지정하고 MERS특별대책위원회를 대학병원 감염내과 및 예방의학과 교수들로 구성했다. 메르스가 자취를 감출 때까지 의사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이광래 인천광역시 의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