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딜 가든 출입구에서 발열(發熱) 재기 진풍경이 벌어진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체온감지기로 체크하는 모습으로 모두 발열 공포에 떤다는 거다. 열역학에선 모든 연소기기가 연소로 인해 열이 나게 돼 있고 그 열재기를 가리켜 ‘열가(熱價)를 잰다’고 하지만 몸속 에너지 연소로 인한 발열 체크 또한 이를테면 열가를 재는 거다. 그런데 ‘열나게 돌렸다’ ‘열 받았다(화났다)’ 등의 ‘熱’이라는 글자를 알면 두렵다. 불을 쥐고 있는 형상이 熱자이기 때문이다. 熱자 밑 부분의 네 점이 바로 불, 불똥의 상형(象形)이다. 따라서 ‘열심(熱心)’이란 마음에 불이 붙은 거고 ‘열성(熱誠)’은 불이 나도록 기울이고 쏟아 붓는 정성이다. ‘불타는 정열’이니 ‘사랑의 열병(熱病)’ 등 그런 열기도 마찬가지다. 목 핏줄을 세운 채 얼굴이 벌건 테너 가수의 열창과 열화 같은 환호와 박수도, 신들린 듯 강사의 열강(熱講) 등 그런 열도 다를 바 없고 ‘열에 받히다(흥분된 열기에 떠받쳐지다)’ ‘분해서 열이 상투 끝까지 오른다’는 말도 그렇고….

체온은 낮아도 높아도 탈이다. ‘저온아(低溫兒)’는 어른보다 높아야 할 어린이 체온이 평균 30도인 경우지만 냉동인간이 아니라 일부러 저온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의학 용어인 ‘저온마취(cold torpor)’라는 거다. 뇌·심장 등 수술의 경우 생체를 냉각시켜 체온을 내리고 물질대사를 저하시키면서 마취하는 방법이다. 별난 건 또 체온이 38.6~39.5도라면 고열 또는 고등열일 텐데 의학에선 ‘중등열(中等熱)’이라고 부른다는 거다. 그런데 고열이 아닌 보통 신열도 중국에선 ‘발소(發燒:파사오)’ 또는 ‘신상발소’라고 부른다. 몸이 타고 있는 게 신열이라니 무섭다. 하지만 태초의 인간 창조주는 인체 열역학의 적정온도를 36~37의 온장고(溫藏庫)처럼 창조했을 게 분명하다. 그게 고열도 문제지만 몇 도만 내려가도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던가!

그런데 체온 감지기로 ‘발열을 체크한다’, 아이들이 겁에 질린 채 ‘발열 체크를 받고 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발열’이란 열이 나는 거다. 사체가 아닌 이상 열은 나게 돼 있다. 그러므로 ‘발열 이상 체크’나 ‘고열 체크’라고 해야 적절한 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