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 보니 ‘캘리포니아 최악의 가뭄 물 도둑 잡아라’라는 제목의 기사가 유난히 눈에 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에서 물 도둑이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 위험이 큰 시기 경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소방서에서 물탱크의 30t가량 되는 물을 도둑맞고, 인근의 물탱크도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물 도둑이라니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기상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상황이 실로 심각해 보인다. 비단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방송과 신문이 연일 가뭄과 관련된 기사들로 장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겨울 가뭄에 이어 올해 들어 중부지방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가뭄 현상이 날로 심각해 지고 있다. 올해 전국 누적강수량은 평년대비 84%의 수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의 누적 강수량은 142.6㎜로 평년(1980~2010년, 261.2㎜)대비 절반 수준인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측 이래 역대 4번째로 적은 강수량이다.
가뭄은 갑작스럽게 타격을 입히는 지진이나 호우 같은 다른 자연재해와는 달리 진행속도가 느리고 시·공간적으로 정확한 시작과 끝을 판단하기 어렵다. 가뭄은 그 피해가 장기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조용한 재해’이며, 그 파급효과가 사회·경제·환경 등에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다. 지금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다. 평소 저수지 등의 수리시설과 양수장비를 정비하고, 댐 관리와 수로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추가 용수원 개발을 확대하고 양수장비를 지원하는 등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대응 대책과 물 관리가 필요하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에너지 사용과 쓰레기 줄이기, 저탄소 친환경제품 사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CO10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절감에 힘써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기후변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21세기 최고의 화두는 전쟁도, 테러도 아닌 ‘기후변화’인 것이다. ‘나 하나 뿐이야’라는 생각보다는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생활 속 작은 습관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의 후손을 위해,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에 대비해야 하겠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단비가 내려 전국적인 가뭄이 해소되길 고대해 본다.
/박종서 수도권기상청 기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