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라 ‘나목’ 등 기립박수
자를란트 페스티벌 첫 초청
현지언론 음량·표현력 찬사
클래식 본고장인 독일에서의 투어 연주는 경기필의 기량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드높이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성시연 단장이 이끄는 경기필 100여명 단원은 이번 투어콘서트를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했다. 첫 무대였던 9일 베를린필하모닉홀 연주회는 세계적으로 음향시설이 가장 뛰어나다는 명성답게 단원들의 악기 소리가 구별될 만큼 훌륭해 연주자들의 긴장감을 더했다.
김희라의 ‘나목’을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협연한 비에냐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 5번’이 차례로 연주됐다.
전세계 외교 사절과 수준 높은 유럽의 음악인들이 대거 참석한 첫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성 단장은 뜨거운 환호에 최성환 작곡의 ‘아리랑’으로 보답했다.
공연 직후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는 “현대음악인 김희라의 나목을 훌륭하게 연주한 건 그만큼 오케스트라가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도이칠란트 라디오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레오니 줄리안 라이네케는 “오늘 경기필의 연주는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킬 만한 훌륭한 무대”라고 치켜세웠다.
한 교민은 “한국에 이런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이 놀랍고 성 지휘자의 완벽한 음악적 구사가 놀랍다”며 기뻐했다.
13일 참가한 독일 자를란트 뮤직페스티벌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대표 음악축제에 한국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초청받아 떨리는 무대였지만 성 단장과 단원들은 차분하게 공연을 이어나갔다.
공연 후 현지 언론 자브뤼켄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량과 세밀한 표현력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한국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현지 언론들은 성 단장이 정확한 리듬과 폭넓은 다이내믹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구조를 만들고 감정 표현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며 집중 조명했다.
경기필과 함께 한 독일 투어는 우리 음악에 대한 큰 자부심 만큼이나 진한 아쉬움도 남겼다. 독일의 공연장은 초라한 외관과 달리 홀 내부의 음향과 시설은 연주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관객들의 감상을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에 최선을 다했다.
어느 좌석에서 관람하더라도 모든 악기의 소리가 명징하게 들려 음악적 감동이 배가 되는 그들의 시스템을 보며 음악 기획자로서 한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박동용 경기필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