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동탄신도시의 시범단지 지구로 예정된 화성시 태안읍 능3리의 한 농장 진입로에는 사슴과 염소 등 80여마리의 동물 사체가 내걸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 사체는 1년여째 신도시개발 사업자인 토지공사의 협의보상에 반발해온 홍진목장 주인 이홍렬(52)씨가 토공 측의 횡포(?)에 항의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1인시위에 동원된 것들.
이곳에서 10여년째 사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신도시 건설에 따른 협의보상 과정에서 지난해 4월 농장 이전준비까지 끝마쳤지만 토공 측이 제시한 보상비는 축산보상비와 이전비, 영업보상비 등을 합쳐 모두 2억9천여만원, 손실보상은커녕 농장운영 과정에서 채권압류된 3억1천여만원에도 못미치는 금액이었다. 10여년동안 투자한 돈은 고사하고 평균 매출만 감안해도 최소한 40억여원은 보상받아야 한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보상시기가 늦어지면서 이전을 준비하느라 폐허가 되다시피한 농장, 그나마 이씨가 토공과의 줄다리기에 매달리는 사이 농장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동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고 이씨의 1인시위도 점점 격해졌다.
농장 진입로에 철파이프를 설치, 동물 사체들을 진열한 데 이어 현수막과 망루 2개를 설치해놓고 주야로 확성기를 통해 토공을 비난하는 방송을 틀었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소음 노이로제로 인한 동물들의 죽음도 계속되고 있지만 '생존권이 걸린' 이씨에게는 앞뒤를 잴 여유가 없어진지 오래다. 11일부터는 동물 사체들을 트럭에 싣고 토공 화성사업단이 있는 수원 영통지역까지 가두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토공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보상과 관련한 대화는 계속하겠지만 이씨의 농장이 오는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야하는 시범단지 지구인 만큼 행정대집행 등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신도시 건설을 둘러싼 보상 마찰은 이젠 동물의 사체까지 등장케 했지만, 생존권을 주장하는 주민과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 토공 측의 팽팽한 입장차이를 두고 누가 옳은지를 선뜻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