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k는 입마개보다 가면, 복면, 탈이다. 불어 masques와 독어 Maske도 같다. 16세기 궁정오페라를 비롯한 서양 가면무도회(mask ball), 가장(假裝)무도회와 가면극―독일어로 마스케라데(Maskerade)인 모든 가면극의 가면이 마스크였고 ‘황금박쥐’ ‘마스크 맨’ 등 만화의 가면이나 10월 31일 할로윈(Halloween)데이에 쓰는 가면도 마스크다. 또한 독가스 방독면도, 용접공의 가면도 마스크는 마스크다. ‘데드마스크(死面)’도 있다. 사망 직후의 얼굴에서 본을 뜬 으스스한 가면이다. 마스크가 우리말로는 ‘입마개’나 ‘구강 보호구’쯤 되겠지만 우리 마스크도 꽤는 진화했다. 외과의사 수술용 마스크(surgical masks)나 치과의사, 방역(防疫)요원, 농약 치는 농부, 요리사, 광부, 김치공장 아줌마, 수의 입히는 염습사나 화장장 인부 등에서 강도 등 범인 마스크와 ×자 표시의 침묵시위 마스크로 진화했고 최근엔 단연 황사,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다.

그런데 ‘마스크 패션’이라는 말이 등장한 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창궐한 2003년 홍콩이었다. 각종 그림과 색깔 등 각양각색의 마스크가 거리를 뒤덮었고 약삭빠르게도 상술로도 써먹었다. ‘저는 안전해요. 키스해 줘요!’라고 쓰인 여성용 예쁜 마스크와 흡혈귀의 사나운 이빨이 그려진 호객~접객용 코믹 마스크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 해 11월 홍콩 노스포인트(北角)에선 별난 장관이 벌어졌다. 배우 장궈룽(張國榮) 영결식장의 1천여 조문객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선 마스크를 ‘커우자오’라 하지만 ‘입 口’자와 ‘가릴 조(四 밑에 卓자가 붙은)’자다. 황사용이기도 하지만 영하 30도가 보통인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성의 겨울엔 코 동상 방지를 위해 방한 마스크가 필수다. 시베리아 혹한용 마스크인 러시아의 ‘리치나’도 그렇다.

가뭄으로 식료품 값도 오르고 메르스 사태로 장사도 안 되지만 마스크만은 품귀란다. 궁금한 게 있다. 마스크 메이커들의 솟구치는 ‘희열’과 메르스 확산에 대한 그들의 ‘염려’를 비교한다면 그 비율이 어떻게 될까. 70대 30? 아니면 “거 무슨 말씀! 그 반대요! 한국인의 착한 심성을 모독하기요?” 그걸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