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청이 레드비치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레드비치(Red Beach)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이 상륙했던 인천 해안선 세 지점 중의 하나다. 인천시 동구는 2억원의 구비를 투입해 만석부두 수산물직판장 건물을 활용해 인천상륙작전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동구의 이 같은 계획은 기존 상륙작전기념관과의 기능 중복, 사료부족으로 인한 부실시설화 가능성 등으로 예산낭비의 우려가 높아 보인다.

우선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송도에 건립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인천내항의 갑문친수공간을 매입해 ‘인천상륙작전기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그것이다. 또 월미도 입구에 레드비치 표지석이 이미 건립되어 있어 시민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다. 인천시 동구가 건립하겠다는 레드비치 기념관은 이 같은 시설과 기능이 중복될 뿐 아니라 방문자들이 기존 시설들과 장소의 혼동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레드비치 기념관에 전시할 유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레드비치 상륙과 관련된 자료는 전문가들도 많이 소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레드비치 위치도나 조감도, 관련 사진 몇 장만을 전시해 놓은 ‘썰렁한’ 기념관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름값을 못하는 시설로 방문자들을 실망시켜 장소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륙작전 지점에 대한 정확한 증거나 고증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상륙작전 기념시설이 만석부두의 장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설인지도 의문이다. 만석부두와 같은 도심 포구는 역사교육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 보다는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휴식하고 포구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야 외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동구는 이름뿐인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만들기보다는 만석부두의 장소성을 살릴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인지를 재검토하기 바란다. 또 레드비치 기념관을 건립한다 해도 상륙지점에 대해 엄밀하게 고증하고, 유물 확보 가능성을 타진한 이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