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엔 메르스 추가 감염자도 사망자도 없었다. 중국도 관심사였던지 인민일보가 냉큼 보도했다. ‘한국역정 수현 쌍령증장(韓國疫情首現雙零增長)’이라고. 疫情은 전염병(메르스) 발생 상황, 首現은 첫 현상, 雙零增長은 00증가→환자와 사망자 추가가 ‘제로 제로’라는 거다. 그랬는데 아뿔싸 그날 밤 새 메르스 확진자가 또 나왔다. 인민일보에 괜히 미안한 느낌이다. 그런데 환자 증가일로를 멈춘 그 20일의 반짝 한국 소식에 하늘나라에서 가장 기뻐했을 한국인이 있었다면 ‘who’였을까. 단연 대문자 WHO(세계보건기구) 전 사무총장 이종욱(李鐘郁) 박사가 아니었을까? 의사 출신인 그는 58세인 2003년 5월 한국인 최초의 선출직 유엔기구 수장인 WHO 사무총장이 됐지만 2006년 5월 22일 세계보건총회 전날 과로로 쓰러져 61세 통석(痛惜)한 나이에 저승으로 떠나간 사람이었고 세계인의 보건을 위해 그는 한마디로 미쳤던 사람이었다.

이종욱 사무총장을 세계 보건 관계자들은 ‘세계 보건대통령’ ‘아시아의 슈바이처’ ‘작은 거인’ ‘백신의 황제’ 등으로 칭송했다. 그는 인류에 대한 전염병 위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입만 열면 강조했고 결핵 천연두 에이즈 소아마비 등 퇴치를 위해 불철주야 몰두했던 전염병 격퇴 지구촌 총사령관이었다. 이총장은 조류인플루엔자 위험성까지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 “밀실 전파로 대중 위험도는 낮다”고 했지만 시퍼런 눈두덩 화장에다가 황막한 표정의 WHO 사무총장 마거릿 챈(Chan) 할머니(68)는 바로 이종욱 박사 후임이다. 중국인 최초의 유엔기구 수장인 그녀는 싱가포르국립대 보건학 박사로 중국명은 천펑푸전(陳馮富珍)이다. 공연히 근엄한 표정이었던 후쿠다 게이지(福田敬二)는 그녀를 모신 사무차장이고.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메르스는 16일 독일 니더작센(Niedersachsen)주의 65세 사망자와 18일 태국의 첫 감염자 등 26개국에서 발생했다는 게 19일 CNN뉴스였다. 그런데 첫 환자 발생에 신속 대응한 태국을 WHO는 칭찬했다. 한국도 이제 곧 증가를 멈춘다면 칭찬감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