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
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
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
신종 감염병 대응은
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

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