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여개 日대부업체… ‘빅3’ 고리대 특수
저축은행 진출 ‘연평균 2530% 이자율’로 초과이윤
외국자본 지나친 유입 서민경제 위기 초래할 수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사상 최저의 금리시대를 맞아 은행의 주 수입원인 예금과 대출이자간의 폭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이다. 예대 마진 차이가 2010년 2.94%포인트에서 4년만에 30%가량 하락한 터에 내수부진까지 가세한 것이다. 인원 및 점포감축 등 마른 수건 짜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다.

그러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은 성업 중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현재 영업 중인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천443억원으로 1년 전의 적자 4천768억원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다. 저금리를 역으로 이용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4년 새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춰 현재 1.50%까지 내렸으나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여전히 10%대를 상회하고 있다. 대손비용 등 각종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예대마진폭이 810%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금리에 비해 무려 45배나 높다. 대출이자가 30%인 살인적인 고금리도 비일비재하다. 담보로 세울 건 몸뚱이밖에 없는 서민들을 감안하면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상최대의 대출실적은 설상가상이었다. 2011년 뱅크런 사태로 한바탕 진통을 겪은 이후 저축은행들은 대출선을 종래 기업대상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소규모 가계대출로 전환한 결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말 11조3천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2014년 1분기에 비해서도 무려 26%나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을 누가 애물단지라 했던가.

그 중심에 일본자금이 있다. 1999년 A&P파이낸셜의 진출 이후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일본 대부업체들이 고리대특수를 누리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산와·KJI 등 일본계 ‘빅3 대부업체’는 한국 사채시장의 약 40%를 장악했을 뿐 아니라 국내 저축은행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2014년말 기준 SBI·OSB·친애·OK·JT 등 5대 일본계 저축은행의 국내 저축은행 총자산 점유비율은 18.9%로 2012년보다 무려 6배나 격증했다. 국내 최대의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조7천729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자산의 10%를 기록 중이다. 일본 내에서 헐값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국내에선 연평균 2천530%의 이자율로 돈 장사를 하니 막대한 초과이윤은 당연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 연 34.9%,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29.9% 등이다.

일본인들이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매물로 나온 국내 금융사들을 적극 매입한 결과다. SBI홀딩스는 2012년에 자산규모 업계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서 SBI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J트러스트는 2012년 친애저축은행(미래저축은행)을 사들인데 이어 2014년 7월 SC저축은행까지 인수해서 JT저축은행으로 둔갑시켰다. 오릭스그룹은 OSB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일본금융자본의 국내 서민금융시장 진출 러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개연성이 크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돈이 부가가치가 큰 쪽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나 고리대 성업을 간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외국기업의 생리상 ‘먹튀자본’의 양산 우려는 물론 제2, 제3의 한국스탠다드채터드은행이 생겨날 수도 있다. 성장이 멈추고 수익성이 나빠졌음에도 영국 본사가 가져가는 돈이 두둑해 국부유출 시비가 불거진 것이다. SC금융지주의 2010~2013년 고(高) 배당성향(3천80%)이 시사하는 바 크다. 뉴질랜드에서는 토종은행이 사라지면서 외국은행들이 높은 수수료와 대출금리로 서민가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외국자본의 지나친 유입은 서민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도 고민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시장기대에 어긋나는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 확인했으나 달러화 강세는 불문가지인 것이다. 초저금리 예외지대에 대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