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전범(戰犯)이 김일성이다. 6·25 한국전쟁을 일으켜 무려 1백만 명의 죽음을 불렀고 유엔 참전군만 해도 수만 명이 이역 땅에서 전사했다. 김일성, 그는 사악하게도 1950년 6월 25일 남침 직후 평양방송을 통해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고 선동했다. 그로 인해 북한에선 오늘까지도 북침으로 믿고 있고 최근의 탈북자들도 그렇게 믿었다고 했는가 하면 남측 종북 좌파까지도 그렇게 선동해 왔다. 그래서 러시아의 대표적 역사학자이자 군사전문가인 드미트리 볼코고노프가 반문했다. “6·25가 북침이었다면 불과 3일 만에 U턴, 쫓겨 내려와 수도 서울까지 뺏길 수 있겠는지 상상해 보라”고. 김일성은 죽기 전 동족과 16개 유엔참전국에 깊이 사죄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83년간의 온갖 호강과 복락 끝에 금수산태양궁전에 누워 있다. 그가 6·25 사죄를 안 했다면 그 아들→그 손자라도 하는 게 옳다. 그러나 그 어떤 사과도 사죄도 그들은 할 줄 모른다.

조선 땅을 강점해 강제징용과 위안부, 생체실험 등 온갖 천인공노할 만행과 패악을 저지른 일제 히로히토(裕仁) 왕은 어떤가. 태평양전쟁―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이기도 한 그 역시 죽기 전 이마가 땅에 닿도록 조아린 채 사죄했어야 했다. 그러나 안 한 채 88년간 극락의 장수를 고이 누렸고 ‘사람의 모습으로 이승에 나타난 신(現人神)’ ‘현세에 살아 있는 신(現神)’으로 추앙받으며 감히 신의 모습, 신의 권위까지 참칭했다. 그가 침략과 전범 사죄를 안 하고 갔다면 그 아들 아키히토(明仁) 왕이라도 대신 사죄를 해야 옳고 마땅하고 그래야 사람의 도리다. 그럼 아베 총리는? 그조차 ‘샤자이(謝罪)’ 발음이 본태적인 혀 구조상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북한은 6·25 남침은 물론 휴전 후의 숱한 도발과 테러에도 단 한 번 사과나 사죄도 한 적이 없다. 국가든 단체든, 개인 간이든 사과하고 사죄할 줄 안다는 건 성숙한 인격과 자신감, 그리고 덕망의 표출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전파를 사과했고 소설가 신경숙도 표절 시비에 사과했다. 당연하다.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를 사과하라는 것만은 좀 무리와 억지 같지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