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땅을 강점해 강제징용과 위안부, 생체실험 등 온갖 천인공노할 만행과 패악을 저지른 일제 히로히토(裕仁) 왕은 어떤가. 태평양전쟁―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이기도 한 그 역시 죽기 전 이마가 땅에 닿도록 조아린 채 사죄했어야 했다. 그러나 안 한 채 88년간 극락의 장수를 고이 누렸고 ‘사람의 모습으로 이승에 나타난 신(現人神)’ ‘현세에 살아 있는 신(現神)’으로 추앙받으며 감히 신의 모습, 신의 권위까지 참칭했다. 그가 침략과 전범 사죄를 안 하고 갔다면 그 아들 아키히토(明仁) 왕이라도 대신 사죄를 해야 옳고 마땅하고 그래야 사람의 도리다. 그럼 아베 총리는? 그조차 ‘샤자이(謝罪)’ 발음이 본태적인 혀 구조상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북한은 6·25 남침은 물론 휴전 후의 숱한 도발과 테러에도 단 한 번 사과나 사죄도 한 적이 없다. 국가든 단체든, 개인 간이든 사과하고 사죄할 줄 안다는 건 성숙한 인격과 자신감, 그리고 덕망의 표출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전파를 사과했고 소설가 신경숙도 표절 시비에 사과했다. 당연하다.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를 사과하라는 것만은 좀 무리와 억지 같지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