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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가능한 곳도 지자체·사회인 구단 훈련 우선
‘선수기량 검증 계기’ 道협회 대회 대관부터 난관
“누구를 위한 야구장입니까. 이러다 유망주들 모두 사라집니다.”
경기도야구협회 임원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도야구협회는 매월 대회를 개최하기가 겁이 난다. 바로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 도내 대회를 치를만한 전용 경기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도야구협회에 등록돼 있는 팀은 초등부 17개팀, 중등부 21개팀, 고등부 11개팀, 대학부 5개팀 등 총 54개팀이 활동 중이다.
여기에 7월께 고양 백송고와 평택 송탄제일고 등 고등부 2개 팀이 추가로 창단을 준비중이다. 전국에서 야구팀이 가장 많다는 서울(초등부 24팀, 중등부 24팀, 고등부 15팀, 대학부 5팀 등 총 68개팀)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도내에는 이 선수들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장은 전무한 실정이다. 도내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시·군이 관할하는 야구장을 빌려 써야 하는 처지다. 수원, 고양, 안양, 성남, 시흥 등에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구장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인 야구팀과 시 관할 야구 팀들의 훈련이 우선이다 보니 대관이 쉽지 않다.
야구장이 없다 보니 올 시즌 일부 고교 주말 리그는 경인 지역 팀들 간의 시합 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치러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넘쳐나는 도 야구대회
올해 도내에선 제44회 소년체전 평가전, 협회장기, 제49회 대통령배 선발전, 바른 세상 병원장기, 수원·성남·시흥·안양 시장기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대회들이 열리고 있다. 도내에서 열리는 야구 대회는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선수들의 훈련도 기량 발전에 도움을 주지만 그 발전된 기량은 대회를 통해서 검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팀과 비교를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 인가를 가늠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
또 대다수의 대회가 토너먼트제로 열리다 보니 강팀은 전국대회를 포함해 여러 번의 경기를 치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은 1회전에 탈락, 경기 수가 많지 않다. 실제로 도내 한 중등부의 경우 올해 7경기가 전부라는 말도 나온다.
■타 시·도 운영 방안은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등 타 시도에선 엘리트 선수를 위한 전용 구장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 구의 야구장을 비롯, 부산 구덕 야구장, 대구 시민 야구장, 대전 한밭야구장 등이 대표적이다. 17개 시·도 중 경기도와 세종시를 제외하고 15개 시·도에서 엘리트 선수단을 위한 야구장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동대문 야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개장한 구의야구장을 엘리트 선수 육성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구의야구장은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엘리트 야구대회를 배정한다. 일반 시민들은 엘리트 야구경기가 없는 날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부산 구덕야구장은 1971년 부산의 최초 야구전용경기장으로 개장해 롯데 자이언츠가 첫 우승을 이룬 역사적인 장소다. 1985년 롯데가 사직구장으로 이전하면서 현재 아마 야구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안은 없나
도내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최소 성인 구장 1면과 초등부용 야구장 1면이 필요하다. 전용야구장을 새로 건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새 구장을 짓는데 시간과 비용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비용 측면에서 새 야구장을 짓는 것이 어렵다면 이 시설들을 엘리트 야구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당 시와 경기도, 도·시야구협회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는 2018년까지 야구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 도내에 야구장 27면을 확충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에 설립되는 야구면은 각 시가 관할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생활체육인들과 엘리트 선수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